복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복리는 마법이 아니라 곱셈입니다. 마법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이 지수 곡선을 직관적으로 못 그리기 때문입니다.
"복리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는 말이 자주 인용됩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말이지만, 사람들이 복리를 과소평가한다는 관찰만큼은 맞습니다.
다만 같은 이유로 반대 방향도 과소평가됩니다. 수수료와 물가상승도 똑같이 복리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원금 1,000만원, 연 1회 복리. 수익률 6%와, 같은 수익에서 수수료 1%를 뗀 5%의 비교
수수료 없음 — 연 6%수수료 1% 차감 — 연 5%
5,743만원과 4,322만원. 차이는 1,421만원으로 원금보다 큽니다. 수수료 1%는 첫해에 10만원이지만, 그 10만원이 이후 29년 동안 복리로 붙지 못한 결과가 색칠된 면적입니다.
72의 법칙 — 암산으로 두 배 기간 구하기
가장 쓸모 있는 도구 하나만 가져간다면 이것입니다.
근사식이지만 연 1~15% 구간에서는 오차가 작아 실무에서 충분합니다. 계산기 없이 규모를 가늠할 때 유용합니다.
여기서 바로 보이는 게 있습니다. 수익률이 2배가 되면 기간은 절반이 됩니다. 3%와 6%의 차이는 "조금 더 나은 정도"가 아니라 24년과 12년의 차이입니다.
시간이 원금보다 크게 작동하는 구간
복리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은 증가분이 균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뒤로 갈수록 한 해에 붙는 금액이 급격히 커집니다.
연 6%로 1,000만원을 넣어둔 경우를 봅니다.
| 경과 | 잔액 | 그 10년 동안 늘어난 금액 |
|---|---|---|
| 10년 | 약 1,791만원 | +791만원 |
| 20년 | 약 3,207만원 | +1,416만원 |
| 30년 | 약 5,743만원 | +2,536만원 |
| 40년 | 약 10,286만원 | +4,543만원 |
마지막 10년에 붙는 금액이 첫 10년의 약 5.7배입니다. 원금은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실전 함의
가장 큰 몫은 마지막 구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마지막 구간에 도달하려면 시작이 빨라야 합니다. 그래서 복리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변수 중 시작 시점이 가장 강력합니다. 금액을 두 배로 늘리는 것보다 10년 일찍 시작하는 쪽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수수료 1%가 가져가는 몫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수료는 수익률에서 곧바로 빠지고, 그 차이가 복리로 벌어집니다.
연 6% 수익 상품에서 수수료가 1%면 실효 수익률은 5%입니다. "1% 차이"로 들리지만 30년 뒤에는 이렇게 됩니다.
| 조건 | 30년 뒤 (원금 1,000만원) |
|---|---|
| 연 6% (수수료 없음) | 약 5,743만원 |
| 연 5% (수수료 1%) | 약 4,322만원 |
| 차이 | 약 1,421만원 |
수수료로 나간 1%가 30년 뒤 원금의 1.4배를 가져갑니다. 이건 낸 수수료 총액보다 훨씬 큰 금액입니다. 수수료로 빠진 돈이 복리로 불어날 기회까지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를 볼 때
연 단위 보수율은 작아 보이도록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단할 때는 "이 비율이 30년 복리로 얼마를 가져가는가"로 환산해 보는 편이 실제 크기에 가깝습니다. 72의 법칙과 같은 이유로, 작은 비율 차이가 긴 기간에서는 작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빼야 실제 숫자가 나온다
또 하나 자주 빠지는 항목입니다. 물가상승도 복리로 작동합니다. 명목 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빼야 구매력 기준의 실질 수익이 나옵니다.
명목으로는 14년이면 두 배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36년이 걸립니다. 같은 상품을 두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면 잔액은 늘지만 살 수 있는 양은 줄어듭니다. 숫자가 커지는 것과 가치가 커지는 것은 다릅니다.
매달 넣는 경우
대부분은 목돈이 아니라 매달 일정액을 넣습니다. 이 경우 앞의 표와 셈이 달라집니다. 나중에 넣은 돈은 복리가 붙을 시간이 짧기 때문입니다.
월 30만원을 연 6%로 넣는다고 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기간 | 넣은 원금 | 예상 잔액 | 이자 비중 |
|---|---|---|---|
| 10년 | 3,600만원 | 약 4,900만원 | 약 27% |
| 20년 | 7,200만원 | 약 1억 3,900만원 | 약 48% |
| 30년 | 1억 800만원 | 약 3억 100만원 | 약 64% |
30년 시점에서 잔액의 약 3분의 2가 원금이 아닌 이자입니다. 반대로 10년 시점에서는 대부분이 원금입니다. 초반에 "생각보다 안 늘어난다"고 느끼는 건 정상이고, 구조상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 숫자들의 성격
위 계산은 수익률이 매년 일정하다는 가정 아래의 산술 예시입니다. 실제 시장 수익률은 해마다 크게 변동하며, 세금과 수수료도 빠집니다. 특정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라, 복리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로만 봐주세요.
빚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복리는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갚지 않은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구조는 자산과 부채에서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연 18% 이자에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72 ÷ 18 = 4년입니다. 아무것도 갚지 않으면 4년마다 두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고금리 부채를 먼저 정리하는 게 유리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연 18% 빚을 갚는 것은 세금 없는 연 18% 수익과 같습니다.
정리
- 72 ÷ 수익률로 두 배 기간을 암산할 수 있습니다.
- 증가분은 균등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급격히 커집니다. 그래서 시작 시점이 가장 강한 변수입니다.
- 수수료 1%는 30년 복리에서 원금을 넘는 금액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 물가상승을 뺀 실질 수익률로 봐야 구매력 기준의 실제가 보입니다.
- 같은 원리가 빚에도 적용됩니다. 고금리 부채 상환은 확정 수익에 가깝습니다.
참고
링크가 붙은 항목은 원문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안정적인 공개 주소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서지 정보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 모든 표의 계산 파라미터(연 1회 복리, 적립식 기말 납입, 수익률·수수료율)는 계산 방법론 6항에 밝혀 두었습니다.
- 72의 법칙 — 자연로그 2(≈0.693)에 기반한 배가 시간 근사식. 수익률이 높을수록 오차가 커집니다.
- Fisher I — 명목 이자율과 실질 이자율의 관계(피셔 방정식)
- 실제 물가상승률 —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본문의 3%는 예시값이므로 실제 값으로 바꿔 계산하십시오)
- 금융상품 수수료 비교 —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